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어린이를 위한 흑설공주 이야기


어린이를 위한 흑설공주 이야기 처음 대학에 입문한 후 사회과학서적을 접한 후의 충격을 생각하면 사춘기딸이 받은 충격의 강도를 십분 이해한다. 고정관념과 기존의 상식이라 일컫던 내용들이 일거에 바뀐 탓에 한편으로는 신기해하고 한편으론 통쾌해 하면서 애지중지한다. 아마도 그동안 알고 있던 동화의 세계에서 벗어나 답답하던 이야기 틀에서 발상의 전환을 통해 아, 이렇게도 이야기가 되는구나 싶어 두고두고 꺼낸다. 특히 남녀 차별에서 비롯된 이야기엔 흥분과 목소리 톤까지 달리하며 강요하다시피 읽을 것을 종용해 결국 기존 읽던 책과 순서를 바꿔서 먼저 읽기에 이른 것. 6편의 동화를 다루고 있고, 하나같이 생각의 전환을 통해 그동안 알고있던 이야기가 아닌 새로운 각도에서 보다 희망차게 전개되고 있고, 작가들이 소외되고 핍박받던 여자들을 대변이라도 하듯이 물꼬를 트고 있다. 이제 그 몇 편을 들여다보자. 기존 내용은 알고있다는 전제에서 발상의 전환 중심으로 챙기고자 한다. [흑설공주] 백설공주의 뒷이야기로 보면 된다. 백설공주가 왕비가 되어 아이를 낳았다. 하필이면 검은 눈처럼 아름다운 아기를 소원했고 소원은 이루어졌다. 그러나 세상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 흑설공주는 멀어졌다. 이유야 간단. 흰눈처럼 아름답지 못하다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공주는 소외되고 외톨이 신세, 다락방, 후미진 곳을 찾아다닐 수 밖에 없었다. 사람들의 눈총이 싫었기에. 그곳에서 마법의 거울인 ‘진실의 거울’을 발견한다. 물론 엄마가 죽은 후 재혼한 계모 왕비의 이중성에 의해 다락방에 갇힌 신세가 되었고, 왕비의 질투에 의해 쫓겨나 숲속 난장이 집에서 거주, 그러나 독 사과 대신 독이 묻은 책에 의해, 물론 왕비가 중늙은이 헌책장수로 둔갑해 방문했기에 걸려드는 수순을 밟는다. 그리고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고, 지나가던 나무꾼이 발견, 눈물 흘리다 그 눈물이 해독제 페이지로 흘러 흑설공주 깨어나 원래 위치로 복귀, 그 이후엔 아름다움의 가치 기준이 바뀌어 앞다투어 검정 숯댕이를 칠하는 광경이 벌어지고, 이젠 진실의 거울에게 못생긴 사람이 누군지 물어서 고치고 아름답게 변모시켜 전부 아름다워져 거울조차 알 수 없게된다. 이처럼 미의 기준이 단지 외모가 아닌 내면의 아름다움에 있다는 걸 부각시키고 있다. [팥쥐랑 콩쥐랑] 콩쥐, 팥쥐의 전형적인 이야기에서 벗어나 배씨 과부에겐 팥쥐가, 홀아비 최씨에겐 콩쥐가 달려있는 재혼. 그러나 역시 마음에 들지않는 팥쥐 엄마, 자갈밭 메는 콩쥐와 나무호미, 그리고 모래밭 메는 팥쥐와 쇠호미. 여기까진 그저그런 내용이지만 이제부터 달라진다. 팥쥐는 언니인 콩쥐가 안스러워 쇠호미를 빌려주고, 쥐를 부려 자갈밭 돕기에 나선다. 자매가 협력체제 구축하는 게 우선 다르다. 계모 배씨 감언이설에 넘어가 콩쥐 결혼 서두르는 아버지, 자린고비 박첨지 첩으로 가기 싫어 외가로 도망가던 중 사또 만나 졸지에 사또와 결혼. 그러나 한량인 사또와의 결혼 생활이 행복할 수 없어 다시 도망치고 남은 부모는 사또에게 호되게 당한다. 그러나 사또 역시 암행어사에게 당한다. 이유는 한량이다보니 정사를 돌보지 않아 원성이 자자했을 테니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계모가 나쁘다는 고정관념과 계모딸 역시 엄마를 닮았을 거라는 고정관념이 깨어져 비겁한 남자들을 향한 자매들의 지혜로운 이야기로 변모한 것. [유리구두를 벗어버린 신데렐라] 신데렐라 콤플렉스와 마찬가지로 출발은 같았다. 보호받고 싶어하는 신데렐라. 주변환경이 그렇게 만들었다. 홀아비인 아버지가 재혼 결심, 애둘 딸린 과부와. 그리고 장사를 떠난다. 남은 신데렐라의 고생은 불 보듯 뻔하고, 하지만 신데렐라는 쇠똥구리의 교훈을 배우면서 달라진다. 아무리 힘들어도 쇠똥을 굴려야지 누군가 도와주면 쇠똥 굴리는 법을 잊어 결국은 스스로 살아갈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꿈에 할머니로부터 듣는다. 하지만 계모의 딸들은 여전히 고정관념인 예뻐지고 날씬해야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어느 날 왕자의 무도회 초대장을 받아 준비에 부산을 떠는 언니들, 그러나 주경야독으로 스스로 일어설 날을 준비하는 신데렐라에게도 할머니의 도움으로 참석 기회가 주어지고, 유리구두가 벗겨진 채 돌아온다. 유리구두 주인 찾아나선 왕자, 드디어 주인을 찾아내지만 외모 때문에 급실망. 그러나 나머지 구두 한 짝을 가지고 온 신데렐라는 유리구두를 집어던진다. 외모에 반한 왕자의 선택을 오히려 거부하고 자신의 갈 길을 떠난다. 더불어 길 떠났던 아버지가 돌아온다. 교훈은 생각이 없는 삶은 언젠가는 유리구두처럼 부서지고 만다는 걸 경고하고 있다. [오누이 힘 합치기], [인어공주], [나무꾼과 선녀] 역시 고정관념을 깨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전부 ‘스포’하기엔 추후 읽는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야 하겠기에 이쯤에서 마무리한다. 저자들이 하나같이 주장하는 바는 행복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만 행복해지는 게 아닌 사람들이 함께 행복해지는 윈윈 정신을 일깨우고, 외모 지상주의 보단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힘과 남녀 차별이 아닌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동등한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과 마지막으로 새로운 가능성과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네비게이션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져 있어 아이, 어른 할 거 없이 읽어도 좋은 동화로 감히 추천해 본다.
그림책, 동화, 완역본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형태로 전 세계 수많은 어린이들에게 읽혀지고 있는 명작과 전래 동화에는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로 가득하다. ‘여자는 순종적이고 착해야 한다’ ‘여자가 똑똑하면 피곤하다’ ‘계모는 악하다’ 등 고정관념으로 가득 차 있다. 이 같은 잘못된 논리가 ‘명작’이나 ‘고전’이라는 이름으로 오늘날 아이들의 머릿속까지 부지불식간에 흘러들고 있는 것이다.

여섯 명의 대표 동화 작가들은 이 책에서 위와 같은 편견을 단순히 깨부쉈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 남성에게 의존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그려져 온 공주, 누이, 아내,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풀어냈다. 그동안 사회적 편견에 의해 성격 지어졌던 여자들이 자신들만의 가치를 깨닫고, 지금까지 그들을 착취하고 억압해 왔던 제도로부터의 탈출을 감행,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여자들끼리 손잡아 협력하면 한층 더 지혜로워지고, 남자와 여자는 적이 아니라 동반자라는 것을 깨닫게 된 어린이들은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갖고 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흑설공주-이경혜
팥쥐랑 콩쥐랑-유영소
유리 구두를 벗어 버린 신데렐라-노경실
오누이 힘 합하기-양연주
잘했어! 인어공주-최은규
나무꾼과 선녀-진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