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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


문태준의 시는 읽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이 시집에 대해서 시인은 ‘모시조개가 뱉어놓은 모래알 같은 시들로 엮었다고 하였다.아마도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다는 내용이 전제되어 있는 말일 것이다.그러나 여전히 이 시집을 통해서 나는 적지 않은 위로를 받았고, 또 한편으로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시인의 말처럼, 그리고 지금처럼 ‘시 쓰는 일이 오래오래’ 지속되기를 기대한다.아마도 비슷한 세대를 살아냈기에, 그의 시에 담긴 풍경은 나에게 무척이나 익숙하다.마을에 위치한 큰 팽나무에 앉은 새들을 보고 그려낸 이러한 풍경도 인상적이다.작은 언덕에 사방으로 열린 집이 있었다낮에 흩어졌던 새들이 큰 팽나무에 날아와 앉았다한놈 한놈 한곳을 향해 웅크려 있다일제히 응시하는 것들은 구슬프고 무섭다가난한 애비를 둔 식구들처럼무리에는 볼이 튼 어린 새도 있었다어두워지자 팽나무가 제 식구들을 데리고 사라졌다(문태준, <팽나무 식구> 전문)팽나무에 깃들어 앉은 새들을 보고 가난한 어느 가족을 떠올리는 내용이라 하겠다.하지만 어둠이 내리면 그 모습은 이내 보이지 않게 되고, 시인은 그래서 그 식구들을 저녁 내내 생각했을 것이다.바쁜 생활 속에서 스쳐지나는 길의 주변을 자세히 살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문태준 시인은 주변의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자신만의 감성을 담아 그 풍경을 시로 그려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이 시집에 발문을 쓴 이희중은 이 시집 ‘<맨발>은 우리에게, 낡은 풍경을 낡지 않게 보여주는 독특한 방식이 여전히 문태준 시의 활력이며 그 파문의 중심임을 확인하게 한다.’고 평하고 있다.이 시집을 통해서 적어도 나에게 익숙한 풍경을 그려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된다.(차니)
199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시 9편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 문태준의 최근 시집이다. 낡은 풍경을 낡지 않게 보여주는 시인의 독특한 방식을 엿볼 수 있다.